50 Shades of Grey?
2015년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Fifty Shades of Gray’는 비록 19금적인 장면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스토리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인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꽤 히트를 친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게는 이 “에로틱 로맨틱 드라마”는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가는 영화였다. 회색 (Gray or Grey)는 색이 없는 무채색 (無彩色, Neutral Color)인데 색은 없지만 밝기를 달리하면 여러 개의 계조(階調, Shades)를 표현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성격을 표현함에 있어 회색이라고 한다면 사랑, 열정, 분노와 같은 감정이 없거나 정신상태가 황폐해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혹은 그냥 폐쇄적이거나 어두운 면만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한국어 제목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고 번역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삭막한(?) 성격이라 하더라도 그 내면에는 50개의 계조를 가진다면 과연 어떤 성격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였다. 제목이 흥미로워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포스터
방송용 모니터는 몇 개의 Shades를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몇 가지 색상으로 구분하고 싶어 하고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바로 흑백논리일 것이다. 흑(黑, Black)과 백(白, White)의 2가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10개 내외의 그룹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단순화해서 이해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쉽고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가 단순화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우리의 눈은 항상 더 밝고, 선명하고, 다채로운 빛(색)을 추구하는 것 같다. 그리고 빛의 밝기나 색의 구분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다. 인간의 시력은 일반적으로 약 100:1의 정도의 명암 차이를 쉽게 구분한다고 하며, 이론적으로 약 200만 개의 컬러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방송과 영화를 제작하는데 사용되는 방송용 모니터는 매우 정확한 색 재현 (color reproduction)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촬영할 때나 편집할 때, 색 보정 (Color Grading) 작업을 할 때 원하는 색을 정확히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비롯한 많은 방송장비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인터페이스가 바로 SDI (Serial Digital Interface)이다. 1개의 동축 케이블을 통해 영상과 음향 신호를 송수신하게 해 주는 BNC 케이블은 아날로그 시절부터 사용해 왔는데, 디지털 시대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맹활약해 왔다. 영상의 해상도 (Resolution)와 프레임율 (Frame Rate), 그리고 화소(畫素, pixel)의 구동 비트(bit)에 의해 점차 많은 양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송수신해야 하므로 SDI의 규격도 SD-SDI, HD-SDI (혹은 1.5G-SDI), 3G-SDI, 6G-SDI, 12G-SDI 순으로 발전해 왔다.

12G-SDI 케이블 (이미지 출처: 카나레 제공)
우리가 흔히 사용해 온 3G-SDI 등의 용어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며 질문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다. WiFi 대역폭에 2.4G와 5G가 있고, 스마트폰이 3G, 4G (LTE), 5G 순으로 발전한 것을 얘기할 때 사용하는 3G와 3G-SDI의 3G는 완전히 동일한 용어이다. 1초에 3G의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3Gbps (Giga bit per second)의 뜻이다. Giga는 물론 Mega (10만)보다 1000배 더 큰 수를 뜻하므로 10억 (1,000,000,000)개의 bit가 1초에 지나가면 1Gbps가 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SDI를 1.5G, 3G, 6G, 12G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송수신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HDTV의 표준인 1920*1080/60i를 장비들 간에 송수신하기 위해 HD-SDI (1.5G) 이상의 스펙의 SDI를 사용해야 한다. 1.5G란 1.5Gbps를 줄여 부른 것으로 초당 1.5기가비트 (Giga bit per second)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3G-SDI는 3Gbps, 6G-SDI는 6Gbps, 12G-SDI는 12Gbps의 데이터를 SDI 케이블을 통해 송수신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이다. 당연히 높은 숫자로 갈수록 데이터양이 많기 때문에 전송속도가 빨라야 한다.
모니터의 스크린을 확대경 혹은 현미경으로 보면 하나의 화소(畫素, Pixel) 안에 R, G, B 3개의 하위 화소 (Sub-pixel)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빛은 3원색인 Red, Green, Blue가 혼합되는 비율에 따라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는데, 이 R, G, B sub pixel 하나하나는 8비트나 10비트 단위로 구동을 한다. 8비트 LCD (Liquid Crystal Display, 액정화면)을 예로 들자면 한 화소 속의 R, G, B sub-pixel 하나하나가 각각 256단계로 빛의 강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LCD는 인가되는 전압의 세기에 따라 액정의 배열이 바뀌면서 투과율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LCD 뒤에 배치된) 백라이트 (Backlight)의 빛이 완전히 막히면 Black이 되고, 다 통과하게 되면 White가 되는 원리이다. 액정 자체는 이렇게 백라이트에서 발산된 빛의 투과율 만을 조절해 줄 수 있고, 실제 컬러는 액정의 앞쪽에 배치된 컬러필터 (Color Filter)에 의해 만들어진다.
LCD의 화소 구조 (VA vs IPS)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R, G, B sub-pixel들이 8비트 (2의 8승=256)로 제어되기 때문에 R, G, B 각각 256개의 밝기 레벨을 표시할 수 있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총 256×256×256 = 16,777,216개의 컬러를 조합할 수 있다. 10bit 모니터라면 1024×1024×1024 = 1,073,741,824개의 컬러를 조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8bit 혹은 10bit로 색의 (혹은 빛의) 밝기 단계를 구분해 주는 것을 Color Depth 혹은 Bit Depth라고 부른다. 당연히 8bit에 비해 10bit가 64배 (R, G, B 각각 4배) 더 많은 계조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색은 표현할 수 있지만,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TV나 PC 모니터들이 8비트로 구동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5G나 3G, 12G라는 숫자가 어디서 온 것인지 본격적인 산수를 해 보도록 하자. 우선 HDTV의 표준부터 살펴보자. 국제방송연맹 (ITU)의 HDTV 표준인 ITU-R BT.709에는 1920 ×1080의 해상도, 인터레이스 60Hz (프레임율은 30fps), YCbCr 4:2:2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계산해 보면 약 1.485Gbps가 나온다. 여기서 프레임율을 30p가 아닌 60p를 사용하게 되면 아래의 표에서와 같이 약 2.97Gbps가 나온다. 1080/60i를 HD-SDI 혹은 1.5G-SDI로 부르고, 1080/60p를 3G-SDI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참고로 위의 계산에서 해상도가 1920×1080이 아닌 2200×1125가 사용된 이유는 Active Area 뿐 아니라 수평과 수직 Blanking 부분이 모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Blanking 구간은 말 그대로 영상신호는 없지만 화면을 좌에서 우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주사(scan)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Cb, Cr의 경우에는 수평 해상도가 2200의 절반인 1100이 사용된 이유는 4:2:2 샘플링의 경우 밝기신호는 모든 픽셀에 담기지만 색차 신호인 Cb, Cr은 한 픽셀 건너 하나씩 정보를 담기 때문이다.

유효해상도와 블랭킹

YUV 4:2:2 샘플링
결국 유효해상도 (Active Resolution)과 블랭킹 (Blanking) 구간을 모두 합친 총 해상도에 YCbCr 4:2:2 샘플링을 적용하고 이를 Frame Rate와 Bit Depth로 곱하면 총 Data Rate 혹은 Bitrate를 얻을 수 있다. 물론 4:2:2이 아닌 YCbCr 4:4:4 혹은 RGB 4:4:4를 사용하거나 Color Depth를 10bit가 아닌 12bit로 높이게 되면 Data Rate는 그에 비례해서 증가하게 되므로 한 단계 더 높은 규격의 부품과 케이블을 사용해야 한다.

SD-SDI, HD-SDI, 3G-SDI, 12G-SDI Bitrate 비교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HDTV 표준인 BT.709의 1080/60i YCbCr 4:2:2 10bit 시스템의 경우 초당 1.485G의 데이터를 송수신하게 되며, 이에 따라 HD-SDI 혹은 1.5G-SDI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일단 각각의 R, G, B 하위화소 (sub-pixel)가 10비트로 구동하기는 하지만 YCbCr 4:2:2 샘플링 덕분에 Cb, Cr은 수평해상도가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따라서 사실상 한 화소 (pixel) 단위로 놓고 보면 평균적으로는 30bit가 아닌 20bit로 구동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화면 전체 평균으로는 약 10.7억 컬러가 아닌 약 105만 컬러 정도를 조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R, G, B 각각 8bit (픽셀당 총 24bit)의 1,677만 컬러에 비해 약 6.3% 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물론 1,677만 컬러나 10.7억 컬러는 산술적으로 조합 가능한 수치일 뿐이기는 하지만, 4:2:2 샘플링이 계조의 표현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단지 TV는 일정한 거리에서 시청하고 특히 대부분 동영상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인간의 눈에 그리 큰 화질 차이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심지어 최종 압축된 TV 영상은 YCbCr 4:2:0 8비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특수효과를 입히고 색 보정을 해야 하는 원본 영상일 경우에는 이런 차이가 화질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이 대폭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영상 제작자들은 더 높은 10비트보다 12비트를, 4:2:2보다 4:4:4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예산과 인력, 장비가 허락한다면 말이다.
이번 시간에는 방송장비의 근간이 되어 온 SDI 인터페이스의 규격이 어떻게 해서 계산되는 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SDTV, HDTV, UHDTV의 표준이 제정됨에 있어서 해상도와 화면비율 (Screen Ratio), 그리고 Frame Rate 등의 주요 항목들이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 참고: 2022년 DVNEST 뉴스레터에 기고했던 기사입니다.
50 Shades of Grey?
2015년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Fifty Shades of Gray’는 비록 19금적인 장면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스토리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인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꽤 히트를 친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게는 이 “에로틱 로맨틱 드라마”는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가는 영화였다. 회색 (Gray or Grey)는 색이 없는 무채색 (無彩色, Neutral Color)인데 색은 없지만 밝기를 달리하면 여러 개의 계조(階調, Shades)를 표현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성격을 표현함에 있어 회색이라고 한다면 사랑, 열정, 분노와 같은 감정이 없거나 정신상태가 황폐해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혹은 그냥 폐쇄적이거나 어두운 면만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한국어 제목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고 번역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삭막한(?) 성격이라 하더라도 그 내면에는 50개의 계조를 가진다면 과연 어떤 성격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였다. 제목이 흥미로워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포스터
방송용 모니터는 몇 개의 Shades를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몇 가지 색상으로 구분하고 싶어 하고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바로 흑백논리일 것이다. 흑(黑, Black)과 백(白, White)의 2가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10개 내외의 그룹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단순화해서 이해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쉽고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가 단순화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우리의 눈은 항상 더 밝고, 선명하고, 다채로운 빛(색)을 추구하는 것 같다. 그리고 빛의 밝기나 색의 구분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다. 인간의 시력은 일반적으로 약 100:1의 정도의 명암 차이를 쉽게 구분한다고 하며, 이론적으로 약 200만 개의 컬러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방송과 영화를 제작하는데 사용되는 방송용 모니터는 매우 정확한 색 재현 (color reproduction)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촬영할 때나 편집할 때, 색 보정 (Color Grading) 작업을 할 때 원하는 색을 정확히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비롯한 많은 방송장비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인터페이스가 바로 SDI (Serial Digital Interface)이다. 1개의 동축 케이블을 통해 영상과 음향 신호를 송수신하게 해 주는 BNC 케이블은 아날로그 시절부터 사용해 왔는데, 디지털 시대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맹활약해 왔다. 영상의 해상도 (Resolution)와 프레임율 (Frame Rate), 그리고 화소(畫素, pixel)의 구동 비트(bit)에 의해 점차 많은 양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송수신해야 하므로 SDI의 규격도 SD-SDI, HD-SDI (혹은 1.5G-SDI), 3G-SDI, 6G-SDI, 12G-SDI 순으로 발전해 왔다.
12G-SDI 케이블 (이미지 출처: 카나레 제공)
우리가 흔히 사용해 온 3G-SDI 등의 용어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며 질문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다. WiFi 대역폭에 2.4G와 5G가 있고, 스마트폰이 3G, 4G (LTE), 5G 순으로 발전한 것을 얘기할 때 사용하는 3G와 3G-SDI의 3G는 완전히 동일한 용어이다. 1초에 3G의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3Gbps (Giga bit per second)의 뜻이다. Giga는 물론 Mega (10만)보다 1000배 더 큰 수를 뜻하므로 10억 (1,000,000,000)개의 bit가 1초에 지나가면 1Gbps가 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SDI를 1.5G, 3G, 6G, 12G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송수신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HDTV의 표준인 1920*1080/60i를 장비들 간에 송수신하기 위해 HD-SDI (1.5G) 이상의 스펙의 SDI를 사용해야 한다. 1.5G란 1.5Gbps를 줄여 부른 것으로 초당 1.5기가비트 (Giga bit per second)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3G-SDI는 3Gbps, 6G-SDI는 6Gbps, 12G-SDI는 12Gbps의 데이터를 SDI 케이블을 통해 송수신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이다. 당연히 높은 숫자로 갈수록 데이터양이 많기 때문에 전송속도가 빨라야 한다.
모니터의 스크린을 확대경 혹은 현미경으로 보면 하나의 화소(畫素, Pixel) 안에 R, G, B 3개의 하위 화소 (Sub-pixel)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빛은 3원색인 Red, Green, Blue가 혼합되는 비율에 따라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는데, 이 R, G, B sub pixel 하나하나는 8비트나 10비트 단위로 구동을 한다. 8비트 LCD (Liquid Crystal Display, 액정화면)을 예로 들자면 한 화소 속의 R, G, B sub-pixel 하나하나가 각각 256단계로 빛의 강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LCD는 인가되는 전압의 세기에 따라 액정의 배열이 바뀌면서 투과율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LCD 뒤에 배치된) 백라이트 (Backlight)의 빛이 완전히 막히면 Black이 되고, 다 통과하게 되면 White가 되는 원리이다. 액정 자체는 이렇게 백라이트에서 발산된 빛의 투과율 만을 조절해 줄 수 있고, 실제 컬러는 액정의 앞쪽에 배치된 컬러필터 (Color Filter)에 의해 만들어진다.
LCD의 화소 구조 (VA vs IPS)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R, G, B sub-pixel들이 8비트 (2의 8승=256)로 제어되기 때문에 R, G, B 각각 256개의 밝기 레벨을 표시할 수 있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총 256×256×256 = 16,777,216개의 컬러를 조합할 수 있다. 10bit 모니터라면 1024×1024×1024 = 1,073,741,824개의 컬러를 조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8bit 혹은 10bit로 색의 (혹은 빛의) 밝기 단계를 구분해 주는 것을 Color Depth 혹은 Bit Depth라고 부른다. 당연히 8bit에 비해 10bit가 64배 (R, G, B 각각 4배) 더 많은 계조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색은 표현할 수 있지만,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TV나 PC 모니터들이 8비트로 구동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5G나 3G, 12G라는 숫자가 어디서 온 것인지 본격적인 산수를 해 보도록 하자. 우선 HDTV의 표준부터 살펴보자. 국제방송연맹 (ITU)의 HDTV 표준인 ITU-R BT.709에는 1920 ×1080의 해상도, 인터레이스 60Hz (프레임율은 30fps), YCbCr 4:2:2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계산해 보면 약 1.485Gbps가 나온다. 여기서 프레임율을 30p가 아닌 60p를 사용하게 되면 아래의 표에서와 같이 약 2.97Gbps가 나온다. 1080/60i를 HD-SDI 혹은 1.5G-SDI로 부르고, 1080/60p를 3G-SDI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참고로 위의 계산에서 해상도가 1920×1080이 아닌 2200×1125가 사용된 이유는 Active Area 뿐 아니라 수평과 수직 Blanking 부분이 모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Blanking 구간은 말 그대로 영상신호는 없지만 화면을 좌에서 우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주사(scan)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Cb, Cr의 경우에는 수평 해상도가 2200의 절반인 1100이 사용된 이유는 4:2:2 샘플링의 경우 밝기신호는 모든 픽셀에 담기지만 색차 신호인 Cb, Cr은 한 픽셀 건너 하나씩 정보를 담기 때문이다.
유효해상도와 블랭킹
YUV 4:2:2 샘플링
결국 유효해상도 (Active Resolution)과 블랭킹 (Blanking) 구간을 모두 합친 총 해상도에 YCbCr 4:2:2 샘플링을 적용하고 이를 Frame Rate와 Bit Depth로 곱하면 총 Data Rate 혹은 Bitrate를 얻을 수 있다. 물론 4:2:2이 아닌 YCbCr 4:4:4 혹은 RGB 4:4:4를 사용하거나 Color Depth를 10bit가 아닌 12bit로 높이게 되면 Data Rate는 그에 비례해서 증가하게 되므로 한 단계 더 높은 규격의 부품과 케이블을 사용해야 한다.
SD-SDI, HD-SDI, 3G-SDI, 12G-SDI Bitrate 비교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HDTV 표준인 BT.709의 1080/60i YCbCr 4:2:2 10bit 시스템의 경우 초당 1.485G의 데이터를 송수신하게 되며, 이에 따라 HD-SDI 혹은 1.5G-SDI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일단 각각의 R, G, B 하위화소 (sub-pixel)가 10비트로 구동하기는 하지만 YCbCr 4:2:2 샘플링 덕분에 Cb, Cr은 수평해상도가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따라서 사실상 한 화소 (pixel) 단위로 놓고 보면 평균적으로는 30bit가 아닌 20bit로 구동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화면 전체 평균으로는 약 10.7억 컬러가 아닌 약 105만 컬러 정도를 조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R, G, B 각각 8bit (픽셀당 총 24bit)의 1,677만 컬러에 비해 약 6.3% 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물론 1,677만 컬러나 10.7억 컬러는 산술적으로 조합 가능한 수치일 뿐이기는 하지만, 4:2:2 샘플링이 계조의 표현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단지 TV는 일정한 거리에서 시청하고 특히 대부분 동영상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인간의 눈에 그리 큰 화질 차이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심지어 최종 압축된 TV 영상은 YCbCr 4:2:0 8비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특수효과를 입히고 색 보정을 해야 하는 원본 영상일 경우에는 이런 차이가 화질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이 대폭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영상 제작자들은 더 높은 10비트보다 12비트를, 4:2:2보다 4:4:4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예산과 인력, 장비가 허락한다면 말이다.
이번 시간에는 방송장비의 근간이 되어 온 SDI 인터페이스의 규격이 어떻게 해서 계산되는 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SDTV, HDTV, UHDTV의 표준이 제정됨에 있어서 해상도와 화면비율 (Screen Ratio), 그리고 Frame Rate 등의 주요 항목들이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 참고: 2022년 DVNEST 뉴스레터에 기고했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