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 학교, 학원, 회사, 관공서 등 방송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할 경우 그 규모와 관계없이 가장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케이블링이다. 규모, 즉 건물의 크기나 스튜디오의 개수, 혹은 카메라 수량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요구되는 영상의 품질이나 속도 (지연), 신뢰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승용차가 있고, 아무리 많이 실어 나를 수 있는 큰 트럭이 있다 하더라도 고속도로의 품질이 좋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많이 벌어지는 사례를 중심으로 방송 시스템을 구축할 때 선택해야 할 케이블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 설계나 시공 경험이 많은 분들은 잘 아는 내용이겠지만 초보자를 위한 글이라 생각해 주시면 되겠다.
SDI vs HDMI
요즘에는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영상과 음향을 송수신하는 다양한 IP 프로토콜들이 나와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방송장비 시스템들은 SDI나 HDMI와 같은 전통적인 베이스밴드 신호를 사용한다. 일단 매우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안정적인 유선 케이블이므로 신뢰성이 높다. 그리고, 고화질 원본 영상을 초고속으로 송수신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케이블을 연결하면 화면이 나오고,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으면 화면이 나오지 않는 매우 직관적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따라서, 용도와 예산, 그리고 현장 상황에 맞춰 SDI나 HDMI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SDI를 선택해야 할 이유? 신뢰성!
SDI는 Serial Digital Interface의 약자로 하나의 동축 케이블에 무압축 고화질의 영상과 최대 16개 채널의 음향을 송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영상 인터페이스이다. 하나의 케이블만으로 영상과 음향이 모두 해결되며, 커넥터에 잠금(Lock) 기능이 있어서 HDMI와 RCA 커넥터같이 잘 빠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런 장점들 덕분에 주로 높은 화질과 높은 신뢰성을 중시하는 방송장비에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으며, 지금도 크고 작은 방송시스템을 구축할 때 여전히 가장 많이 선호되고 있는 옵션 중 하나이다.
SDI에는 아래와 같이 크게 5단계의 등급이 있다. 겉으로는 동일하게 보이는 SDI 케이블이라 하더라도 케이블에 적혀 있는 내용을 잘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일단 현재 시점에서는 카메라 등의 새 장비라면 3G-SDI와 12G-SDI만 기억하시면 되겠다. 혹시 예전에 산 카메라나 케이블에 대한 것이라면 HD-SDI (최대 1080/60i 지원) 규격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 SD-SDI: S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720×480/60i)
* HD-SDI: 2K 혹은 FH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1920×1080/60i)
* 3G-SDI: 2K 혹은 FH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1920×1080/60p)
* 6G-SDI: 4K 혹은 UH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3840×2160/30p)
* 12G-SDI: 4K 혹은 UH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3840×2160/60p)
위에서 3G나 6G, 12G와 같은 표현에서 G는 Giga bps (bit per second)의 약자이다. 즉, 1초에 3기가 혹은 6기가, 12기가의 엄청난 데이터가 송수신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아래의 표를 참고하면 왜 UHD/60p가 12G-SDI인 지 이해가 갈 것이다.

SDI는 많은 장점도 있지만 역시나 단점도 있다. 일단 케이블 가격이 비싸고, SDI 인터페이스를 갖춘 장비들은 더더욱 비싸다. 주로 방송과 영화 제작 등의 전문 분야에서만 사용하는 인터페이스이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HDMI 모니터의 경우 디자이너용 최고급 등급이라 해도 32인치 제품이 300~500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12G-SDI를 지원하는 방송용 프리시전 모니터의 경우 2,000 ~ 4,000만원 수준이다.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최근에는 SDI를 지원하는 보급형 제품들도 많이 보급되고 있지만 HDMI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싸다.
SDI는 HDMI 보다 전송 거리에 있어서는 2배 이상 우월하지만 역시 제한적이다. 3G-SDI는 최상의 케이블을 사용했을 때 최대 150m (안전거리 약 100m) 수준이고, 12G-SDI를 사용할 경우 최대 85m (안전거리 약 50m) 정도만 전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함께 사용하는 카메라나 스위처 등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데, 12G-SDI 최고급 케이블을 사용하더라도 노이즈가 발생하여 리피터나 분배기를 이용해서 신호를 증폭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리피터나 분배기, 컨버터 등의 사용은 가급적 최소하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HDMI를 선택해야 할 이유? 경제성!
SDI가 방송장비에 주로 사용되어 온 반면 HDMI는 가정용 영상장비 (TV, DVD/BD 플레이어, 컴퓨터, 모니터, 카메라, 캠코더 등)에 없어서는 안될 인터페이스가 되었다. 따라서, 가전시장의 막대한 수요와 공급에 힘입어 HDMI 장비와 케이블은 조달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비록 SDI와 같이 커넥터 잠금 (Lock) 기능은 없지만 하나의 케이블로 무압축 고화질 영상을 송수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성비가 높은 인터페이스라 하겠다.
특히, 요즘은 HDMI의 최대 단점이었던 짧은 송수신 거리를 극복하는 새로운 기술의 케이블들이 많이 나와 있어 10m 20m, 30m, 50m 등 다양한 길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화질과 같은 길이의 SDI 케이블에 비해 1/3 ~ 1/5 정도의 가격이라 매우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HDMI를 선택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방송시스템의 핵심 장비라 할 수 있는 카메라와 스위처 역시 SDI를 지원하는 제품보다 HDMI를 지원하는 제품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특히, 4K/UHD 카메라나 스위처는 HDMI를 지원하는 장비보다 SDI를 지원하는 장비가 최소 2배 이상 더 비싸다. 따라서, 교회, 학교, 학원 등 소규모의 방송 시설을 구축해야 할 경우 재료비에서만 2배 이상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HDMI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HDMI 케이블, 주의해야 할 점은?
앞서 일반적인 구리선으로 만든 HDMI 케이블의 경우 안전하게는 약 5m ~ 7m 정도까지 화질저하나 다른 문제없이 안전하게 고화질 무압축 영상을 송수신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시중에서는 매우 다양한 길이의 HDMI 케이블들이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10m ~ 50m 떨어진 거리의 카메라와 스위처, TV 등을 연결하는데 많이 활용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www.ssv-eisleben.de
10m 이상의 긴 HDMI 케이블의 주류는 소위 ‘광 HDMI’ 케이블이다. 영어로는 AOC (Active Optical Cable) 혹은 AOC-HDMI 케이블 등으로 부르는데, 한 마디로 말해서 일반 구리선 HDMI 케이블과 달리 구리선과 함께 광 케이블을 사용하여 멀리까지 HDMI 신호를 보내 준다. 이 AOC HDMI 케이블의 양쪽 커넥터에는 작은 칩셋 (광 변환기)를 내장하고 있다. 즉, HDMI 케이블의 한쪽 커넥터로 들어 온 전기 신호를 광 신호로 변환해 송신하고, 반대편 커넥터에서는 다시 광 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하여 주는 구조를 가진다.
※ 이미지 출처: Paugge

※ 이미지 출처: Paugge
덕분에 카메라에서 스위처, 혹은 TV나 모니터까지 최대 50m까지 HDMI 케이블로 연결하여 방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케이블을 비롯해 장비들의 비용이 저렴하고 SDI 케이블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조금 더 쉬운 편이다.
1) 주의: HDMI 케이블 호환성 문제
그런데 싸고 좋은 것은 없다고 이런 10m 이상의 AOC HDMI 케이블을 사용할 경우 미리 함께 사용할 카메라들과의 호환성을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케이블부터 매립해 놓고 나중에 카메라와 스위처를 가져 왔는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PTZ 카메라나 스위처가 AOC HDMI 케이블에 연결하면 컬러가 뒤틀리거나 영상이 아예 나오는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분명 일반적인 1~2m 길이의 구리선 HDMI 케이블에서는 잘 나오는데 AOC-HDMI 케이블을 연결하면 영상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카메라나 스위처 문제인지 케이블 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호환성이 100%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반드시 샘플 케이블을 사서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비디오 스위처도 AOC HDMI와 호환이 안되는 경우가 꽤 많다. 예를 들어, Black Magic Design의 ATEM mini 스위처의 경우 짧은 구리선 HDMI 케이블을 쓰면 전혀 문제가 없는데, AOC HDMI 케이블로 연결할 경우 1번 HDMI 포트는 Green-Magenta로 색이 뒤집히고, 2~4번 포트는 아예 영상이 안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해외 Youtube나 포럼에 많이 등장하는 이슈인데, 다른 브랜드의 제품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보았다.

※ 출처: Youtube (ATEM mini HDMI 1번 포트 컬러 문제)
간단하게 말해서 ATEM mini 스위처의 1번 HDMI 포트에서 컬러가 Green-Magenta로만 나오는 이유는 ATEM mini의 1번 HDMI 포트가 YCbCr 4:2:2 신호만 받기 때문이다. HDMI는 원래 컴퓨터 및 모니터, 그리고 TV와 같은 가전제품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RGB와 YCbCr 색공간을 모두 사용한다. 하지만 ATEM mini의 경우 게임 중계와 같이 상황에서 최대한 지연 (delay)을 줄이고자 (RGB-YCbCr) 변환조차 할 필요가 없도록 HDMI 1번 포트에서는 RGB를 빼고 YCbCr 4:2:2만 지원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카메라에서 RGB가 아닌 YCbCr 4:2:2로 영상을 출력하도록 설정해 주면 된다.

※ 출처: FEBON
그리고 ATEM mini의 2~4번 포트에서 영상이 안 나오는 문제는 케이블의 품질에 대한 문제이다. 유튜브나 포럼에 올라 온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결과적으로 짧은 구리선 HDMI 케이블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꼭 10m 이상의) 긴 HDMI 케이블을 사용해야 할 경우 중간에 리피터, 분배기, 혹은 (HDMI loop thru 기능이 있는) HDMI 캡쳐 카드 같은 것을 추가해 주면 해결이 된다. 필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 고객에게 이 방법을 권고해 드린 바 있다. 10m가 넘는 긴 HDMI 케이블을 이미 매설된 상태에서 유일한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 출처: Youtube (ATEM mini HDMI 영상 안 나오는 문제)
결론적으로 말해서 AOC HDMI 케이블을 사용할 경우 ‘카메라 ~ 케이블 ~ 스위처’의 궁합이 중요하므로 사전에 반드시 카메라와 스위처 등과 테스트한 후에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2) 주의: HDMI 케이블 신뢰성 문제
일반적인 5m 이하의 짧은 구리선 HDMI 케이블의 경우 수명의 거의 반 영구적이라 할 수 있다. SDI 케이블과 마찬가지로 망가질 일이 없다. 하지만 광 변환 칩셋을 내장한 AOC HDMI 케이블의 경우 다양한 (혹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최근에 많이 보고 있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IP (네트워크)
SDI나 HDMI 케이블은 가격도 비싸며 설치하기도 불편하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길이가 길어질 수록, 그리고 고해상도로 올라갈수록 가격뿐만 아니라 에러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유연한 운용을 통한 장기적인 비용 절감으로 제안된 것이 네트워크를 통한 영상 스트리밍이다. 흔히 IP (Internet Protocol)이라 하는데 반드시 인터넷에 연결될 필요는 없고, 하나의 네트워크에 묶여 있는 카메라와 컨트롤러, 스위처 (혹은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스위처) 간에 자유롭게 영상을 송수신해 주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SDI나 HDMI 케이블 대신 이더넷 케이블 (=LAN 케이블)을 이용하는 것이다. SDI나 HDMI가 단 방향인데 송신인데 비해, IP는 양방향이고 영상 뿐 아니라 카메라 제어나 전력 공급 (PoE: Power over Ethernet)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설치하기도 편리한 얇은 이더넷 케이블 하나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특히 100m까지 통신과 영상 송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SDI나 HDMI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큰 공간 혹은 먼 거리를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다.
IP 송수신의 경우 복잡한 내용이 많은데 필자도 잘 모르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쉬운 부분만 단순하게 설명 드리겠다. 일단 방송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네트워크 영상 송수신 프로토콜이 ST.2110이라는 표준이 있다. 고화질 영상을 무압축으로 지연(delay)가 없는 보내 줄 수 있기 때문에 방송이나 영화 제작 등에 활용 가능하지만, 그만큼 무겁고 비싸다. 한 마디로 말해서 LAN으로 보내는 SDI 영상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 출처: SMPTE (ST 2110 인프라)
교회, 학교, 학원 등의 ProAV 영역에서 활용하기 좋게 만들어 지금은 아주 널리 퍼진 인기 있는 프로토콜이 NDI이다. 이 프로토콜은 원래 SpeedHQ 코덱을 이용해 최대 150Mbps 정도의 비트레이트를 가진 저압축 영상을 저지연(Low Latency)로 송수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후 보다 가벼운 코덱을 원하는 수요에 맞춰 H.264와 H.265를 지원하는 NDI-HX를 보급하여 더욱 널리 퍼지게 되었다. 현재는 Sony, Panasonic, Canon 등의 주요 대기업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PTZ 카메라 회사들이 NDI를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인코더와 디코더, 라우터, 레코더 등 NDI와 관련된 매우 많은 제품들이 공급되어 NDI 생태계를 풍부하게 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아래의 그림을 보면 NDI를 지원하는 PTZ 카메라로부터 전송된 NDI 영상이 네트워크스위치를 거쳐 곧바로 (컴퓨터 기반의 소프트웨어) 스위처인 vMix로 전달되고 있다. 또한 이 PTZ 카메라들의 제어 역시 이더넷 케이블을 통해 PTZ 컨트롤러와 연결되며, PTZ 카메라 및 PTZ 컨트롤러 모두 PoE를 지원하기 때문에 PoE 스위치를 통해 전원을 공급받게 된다. 즉, LAN 케이블 하나로 영상 송수신, 전원공급, 카메라 제어 3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출처: PTZ4U (www.ptz4u.com)
NDI와 유사한 형태로 몇 년 전부터 주목 받고 있는 프로토콜로 Dante AV라는 것이 있다. 기존의 오디오용 Dante의 보급과 성공에 힘입어 오디오와 비디오를 모두 섭렵하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진 DanteAV는 시작부터 많은 협력업체 (DanteAV 프로토콜 지원 제품 제조사)를 끌어 모아 눈길을 끌기도 하였으나 아직까지는 후발주자에 머물고 있다. 특히 Dante 제품군의 보급률이 낮은 한국 시장에서는 거의 알려지지도 않은 수준이다.
NDI 이외에도 많이 활용되는 프로토콜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SRT (Secure Reliable Transport)라는 것과 RTSP (Real Time Streaming Protocol)이란 것이 있는데, 예전에도 한 번 가볍게 다루었으므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도록 하자. 최근 출시되는 거의 대부분의 (화상회의, 중계용) PTZ 카메라들이 기본적으로 이 두 프로토콜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유료인 NDI를 사용하기 싫을 경우 SRT나 RTSP를 무료로 사용하면 되는데 NDI에 비해 지연(delay)가 조금 더 있다는 점은 기억하시기 바란다. SRT의 경우 버퍼 설정에 따라 거의 NDI에 근접한 속도가 나오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스위처에 따라 다르기도 함) “이 상”
교회나 학교, 학원, 회사, 관공서 등 방송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할 경우 그 규모와 관계없이 가장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케이블링이다. 규모, 즉 건물의 크기나 스튜디오의 개수, 혹은 카메라 수량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요구되는 영상의 품질이나 속도 (지연), 신뢰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승용차가 있고, 아무리 많이 실어 나를 수 있는 큰 트럭이 있다 하더라도 고속도로의 품질이 좋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많이 벌어지는 사례를 중심으로 방송 시스템을 구축할 때 선택해야 할 케이블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 설계나 시공 경험이 많은 분들은 잘 아는 내용이겠지만 초보자를 위한 글이라 생각해 주시면 되겠다.
SDI vs HDMI
요즘에는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영상과 음향을 송수신하는 다양한 IP 프로토콜들이 나와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방송장비 시스템들은 SDI나 HDMI와 같은 전통적인 베이스밴드 신호를 사용한다. 일단 매우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안정적인 유선 케이블이므로 신뢰성이 높다. 그리고, 고화질 원본 영상을 초고속으로 송수신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케이블을 연결하면 화면이 나오고,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으면 화면이 나오지 않는 매우 직관적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따라서, 용도와 예산, 그리고 현장 상황에 맞춰 SDI나 HDMI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SDI를 선택해야 할 이유? 신뢰성!
SDI는 Serial Digital Interface의 약자로 하나의 동축 케이블에 무압축 고화질의 영상과 최대 16개 채널의 음향을 송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영상 인터페이스이다. 하나의 케이블만으로 영상과 음향이 모두 해결되며, 커넥터에 잠금(Lock) 기능이 있어서 HDMI와 RCA 커넥터같이 잘 빠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런 장점들 덕분에 주로 높은 화질과 높은 신뢰성을 중시하는 방송장비에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으며, 지금도 크고 작은 방송시스템을 구축할 때 여전히 가장 많이 선호되고 있는 옵션 중 하나이다.
SDI에는 아래와 같이 크게 5단계의 등급이 있다. 겉으로는 동일하게 보이는 SDI 케이블이라 하더라도 케이블에 적혀 있는 내용을 잘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일단 현재 시점에서는 카메라 등의 새 장비라면 3G-SDI와 12G-SDI만 기억하시면 되겠다. 혹시 예전에 산 카메라나 케이블에 대한 것이라면 HD-SDI (최대 1080/60i 지원) 규격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 SD-SDI: S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720×480/60i)
* HD-SDI: 2K 혹은 FH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1920×1080/60i)
* 3G-SDI: 2K 혹은 FH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1920×1080/60p)
* 6G-SDI: 4K 혹은 UH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3840×2160/30p)
* 12G-SDI: 4K 혹은 UHD 해상도를 지원 (최대 ~ 3840×2160/60p)
위에서 3G나 6G, 12G와 같은 표현에서 G는 Giga bps (bit per second)의 약자이다. 즉, 1초에 3기가 혹은 6기가, 12기가의 엄청난 데이터가 송수신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아래의 표를 참고하면 왜 UHD/60p가 12G-SDI인 지 이해가 갈 것이다.
SDI는 많은 장점도 있지만 역시나 단점도 있다. 일단 케이블 가격이 비싸고, SDI 인터페이스를 갖춘 장비들은 더더욱 비싸다. 주로 방송과 영화 제작 등의 전문 분야에서만 사용하는 인터페이스이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HDMI 모니터의 경우 디자이너용 최고급 등급이라 해도 32인치 제품이 300~500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12G-SDI를 지원하는 방송용 프리시전 모니터의 경우 2,000 ~ 4,000만원 수준이다.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최근에는 SDI를 지원하는 보급형 제품들도 많이 보급되고 있지만 HDMI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싸다.
SDI는 HDMI 보다 전송 거리에 있어서는 2배 이상 우월하지만 역시 제한적이다. 3G-SDI는 최상의 케이블을 사용했을 때 최대 150m (안전거리 약 100m) 수준이고, 12G-SDI를 사용할 경우 최대 85m (안전거리 약 50m) 정도만 전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함께 사용하는 카메라나 스위처 등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데, 12G-SDI 최고급 케이블을 사용하더라도 노이즈가 발생하여 리피터나 분배기를 이용해서 신호를 증폭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리피터나 분배기, 컨버터 등의 사용은 가급적 최소하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HDMI를 선택해야 할 이유? 경제성!
SDI가 방송장비에 주로 사용되어 온 반면 HDMI는 가정용 영상장비 (TV, DVD/BD 플레이어, 컴퓨터, 모니터, 카메라, 캠코더 등)에 없어서는 안될 인터페이스가 되었다. 따라서, 가전시장의 막대한 수요와 공급에 힘입어 HDMI 장비와 케이블은 조달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비록 SDI와 같이 커넥터 잠금 (Lock) 기능은 없지만 하나의 케이블로 무압축 고화질 영상을 송수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성비가 높은 인터페이스라 하겠다.
특히, 요즘은 HDMI의 최대 단점이었던 짧은 송수신 거리를 극복하는 새로운 기술의 케이블들이 많이 나와 있어 10m 20m, 30m, 50m 등 다양한 길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화질과 같은 길이의 SDI 케이블에 비해 1/3 ~ 1/5 정도의 가격이라 매우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HDMI를 선택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방송시스템의 핵심 장비라 할 수 있는 카메라와 스위처 역시 SDI를 지원하는 제품보다 HDMI를 지원하는 제품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특히, 4K/UHD 카메라나 스위처는 HDMI를 지원하는 장비보다 SDI를 지원하는 장비가 최소 2배 이상 더 비싸다. 따라서, 교회, 학교, 학원 등 소규모의 방송 시설을 구축해야 할 경우 재료비에서만 2배 이상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HDMI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HDMI 케이블, 주의해야 할 점은?
앞서 일반적인 구리선으로 만든 HDMI 케이블의 경우 안전하게는 약 5m ~ 7m 정도까지 화질저하나 다른 문제없이 안전하게 고화질 무압축 영상을 송수신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시중에서는 매우 다양한 길이의 HDMI 케이블들이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10m ~ 50m 떨어진 거리의 카메라와 스위처, TV 등을 연결하는데 많이 활용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www.ssv-eisleben.de
10m 이상의 긴 HDMI 케이블의 주류는 소위 ‘광 HDMI’ 케이블이다. 영어로는 AOC (Active Optical Cable) 혹은 AOC-HDMI 케이블 등으로 부르는데, 한 마디로 말해서 일반 구리선 HDMI 케이블과 달리 구리선과 함께 광 케이블을 사용하여 멀리까지 HDMI 신호를 보내 준다. 이 AOC HDMI 케이블의 양쪽 커넥터에는 작은 칩셋 (광 변환기)를 내장하고 있다. 즉, HDMI 케이블의 한쪽 커넥터로 들어 온 전기 신호를 광 신호로 변환해 송신하고, 반대편 커넥터에서는 다시 광 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하여 주는 구조를 가진다.
※ 이미지 출처: Paugge
덕분에 카메라에서 스위처, 혹은 TV나 모니터까지 최대 50m까지 HDMI 케이블로 연결하여 방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케이블을 비롯해 장비들의 비용이 저렴하고 SDI 케이블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조금 더 쉬운 편이다.
1) 주의: HDMI 케이블 호환성 문제
그런데 싸고 좋은 것은 없다고 이런 10m 이상의 AOC HDMI 케이블을 사용할 경우 미리 함께 사용할 카메라들과의 호환성을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케이블부터 매립해 놓고 나중에 카메라와 스위처를 가져 왔는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PTZ 카메라나 스위처가 AOC HDMI 케이블에 연결하면 컬러가 뒤틀리거나 영상이 아예 나오는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분명 일반적인 1~2m 길이의 구리선 HDMI 케이블에서는 잘 나오는데 AOC-HDMI 케이블을 연결하면 영상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카메라나 스위처 문제인지 케이블 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호환성이 100%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반드시 샘플 케이블을 사서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비디오 스위처도 AOC HDMI와 호환이 안되는 경우가 꽤 많다. 예를 들어, Black Magic Design의 ATEM mini 스위처의 경우 짧은 구리선 HDMI 케이블을 쓰면 전혀 문제가 없는데, AOC HDMI 케이블로 연결할 경우 1번 HDMI 포트는 Green-Magenta로 색이 뒤집히고, 2~4번 포트는 아예 영상이 안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해외 Youtube나 포럼에 많이 등장하는 이슈인데, 다른 브랜드의 제품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보았다.
※ 출처: Youtube (ATEM mini HDMI 1번 포트 컬러 문제)
간단하게 말해서 ATEM mini 스위처의 1번 HDMI 포트에서 컬러가 Green-Magenta로만 나오는 이유는 ATEM mini의 1번 HDMI 포트가 YCbCr 4:2:2 신호만 받기 때문이다. HDMI는 원래 컴퓨터 및 모니터, 그리고 TV와 같은 가전제품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RGB와 YCbCr 색공간을 모두 사용한다. 하지만 ATEM mini의 경우 게임 중계와 같이 상황에서 최대한 지연 (delay)을 줄이고자 (RGB-YCbCr) 변환조차 할 필요가 없도록 HDMI 1번 포트에서는 RGB를 빼고 YCbCr 4:2:2만 지원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카메라에서 RGB가 아닌 YCbCr 4:2:2로 영상을 출력하도록 설정해 주면 된다.
※ 출처: FEBON
그리고 ATEM mini의 2~4번 포트에서 영상이 안 나오는 문제는 케이블의 품질에 대한 문제이다. 유튜브나 포럼에 올라 온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결과적으로 짧은 구리선 HDMI 케이블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꼭 10m 이상의) 긴 HDMI 케이블을 사용해야 할 경우 중간에 리피터, 분배기, 혹은 (HDMI loop thru 기능이 있는) HDMI 캡쳐 카드 같은 것을 추가해 주면 해결이 된다. 필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 고객에게 이 방법을 권고해 드린 바 있다. 10m가 넘는 긴 HDMI 케이블을 이미 매설된 상태에서 유일한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AOC HDMI 케이블을 사용할 경우 ‘카메라 ~ 케이블 ~ 스위처’의 궁합이 중요하므로 사전에 반드시 카메라와 스위처 등과 테스트한 후에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2) 주의: HDMI 케이블 신뢰성 문제
일반적인 5m 이하의 짧은 구리선 HDMI 케이블의 경우 수명의 거의 반 영구적이라 할 수 있다. SDI 케이블과 마찬가지로 망가질 일이 없다. 하지만 광 변환 칩셋을 내장한 AOC HDMI 케이블의 경우 다양한 (혹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최근에 많이 보고 있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IP (네트워크)
SDI나 HDMI 케이블은 가격도 비싸며 설치하기도 불편하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길이가 길어질 수록, 그리고 고해상도로 올라갈수록 가격뿐만 아니라 에러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유연한 운용을 통한 장기적인 비용 절감으로 제안된 것이 네트워크를 통한 영상 스트리밍이다. 흔히 IP (Internet Protocol)이라 하는데 반드시 인터넷에 연결될 필요는 없고, 하나의 네트워크에 묶여 있는 카메라와 컨트롤러, 스위처 (혹은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스위처) 간에 자유롭게 영상을 송수신해 주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SDI나 HDMI 케이블 대신 이더넷 케이블 (=LAN 케이블)을 이용하는 것이다. SDI나 HDMI가 단 방향인데 송신인데 비해, IP는 양방향이고 영상 뿐 아니라 카메라 제어나 전력 공급 (PoE: Power over Ethernet)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설치하기도 편리한 얇은 이더넷 케이블 하나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특히 100m까지 통신과 영상 송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SDI나 HDMI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큰 공간 혹은 먼 거리를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다.
IP 송수신의 경우 복잡한 내용이 많은데 필자도 잘 모르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쉬운 부분만 단순하게 설명 드리겠다. 일단 방송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네트워크 영상 송수신 프로토콜이 ST.2110이라는 표준이 있다. 고화질 영상을 무압축으로 지연(delay)가 없는 보내 줄 수 있기 때문에 방송이나 영화 제작 등에 활용 가능하지만, 그만큼 무겁고 비싸다. 한 마디로 말해서 LAN으로 보내는 SDI 영상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 출처: SMPTE (ST 2110 인프라)
교회, 학교, 학원 등의 ProAV 영역에서 활용하기 좋게 만들어 지금은 아주 널리 퍼진 인기 있는 프로토콜이 NDI이다. 이 프로토콜은 원래 SpeedHQ 코덱을 이용해 최대 150Mbps 정도의 비트레이트를 가진 저압축 영상을 저지연(Low Latency)로 송수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후 보다 가벼운 코덱을 원하는 수요에 맞춰 H.264와 H.265를 지원하는 NDI-HX를 보급하여 더욱 널리 퍼지게 되었다. 현재는 Sony, Panasonic, Canon 등의 주요 대기업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PTZ 카메라 회사들이 NDI를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인코더와 디코더, 라우터, 레코더 등 NDI와 관련된 매우 많은 제품들이 공급되어 NDI 생태계를 풍부하게 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아래의 그림을 보면 NDI를 지원하는 PTZ 카메라로부터 전송된 NDI 영상이 네트워크스위치를 거쳐 곧바로 (컴퓨터 기반의 소프트웨어) 스위처인 vMix로 전달되고 있다. 또한 이 PTZ 카메라들의 제어 역시 이더넷 케이블을 통해 PTZ 컨트롤러와 연결되며, PTZ 카메라 및 PTZ 컨트롤러 모두 PoE를 지원하기 때문에 PoE 스위치를 통해 전원을 공급받게 된다. 즉, LAN 케이블 하나로 영상 송수신, 전원공급, 카메라 제어 3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출처: PTZ4U (www.ptz4u.com)
NDI와 유사한 형태로 몇 년 전부터 주목 받고 있는 프로토콜로 Dante AV라는 것이 있다. 기존의 오디오용 Dante의 보급과 성공에 힘입어 오디오와 비디오를 모두 섭렵하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진 DanteAV는 시작부터 많은 협력업체 (DanteAV 프로토콜 지원 제품 제조사)를 끌어 모아 눈길을 끌기도 하였으나 아직까지는 후발주자에 머물고 있다. 특히 Dante 제품군의 보급률이 낮은 한국 시장에서는 거의 알려지지도 않은 수준이다.
NDI 이외에도 많이 활용되는 프로토콜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SRT (Secure Reliable Transport)라는 것과 RTSP (Real Time Streaming Protocol)이란 것이 있는데, 예전에도 한 번 가볍게 다루었으므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도록 하자. 최근 출시되는 거의 대부분의 (화상회의, 중계용) PTZ 카메라들이 기본적으로 이 두 프로토콜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유료인 NDI를 사용하기 싫을 경우 SRT나 RTSP를 무료로 사용하면 되는데 NDI에 비해 지연(delay)가 조금 더 있다는 점은 기억하시기 바란다. SRT의 경우 버퍼 설정에 따라 거의 NDI에 근접한 속도가 나오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스위처에 따라 다르기도 함) “이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