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방송용 모니터 스펙 이해하기 (2)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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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에서 사라진 연예인?

예전에 봤던 어떤 기사의 제목이었다. 우리는 흔히 TV방송을 ‘브라운관’에, 그리고 영화(산업)을 ‘은막’에 비유하곤 한다. 지난 100년간 우리의 눈이 되어 주었던 브라운관은 도대체 어디서 온 이름일까?


우리가 흔히 브라운관이라고 부르는 기기를 영어로는 CRT (Cathode Ray Tube), 즉 음극선관이라고 한다. 전자총 (Electron Gun)의 음극 (Cathode)에서 방출된 전자(Electron)를 엄청난 전압을 걸어 준 양극 (Anode)을 이용해서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진공관 속을 날아가게 한 뒤 형광체 (Phosphor)에 부딪혀 가시광선 (Visible Light)를 내게 하는 것이 CRT의 원리이다. 독일의 물리학자 Karl Ferdinand Braun이 1987년 최초로 개발했다고 해서 흔히 ‘브라운관’이라고도 불려 왔다.


Karl F. Braun의 오리지널 냉음극선관 (CRT), 1987년 (출처: Wikipedia)


위의 그림과 같은 원시적인 CRT가 이후 100년에 걸쳐 더 커지고 평평해지고, 한편으로는 더 높은해상도와 사실적인 컬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극히 일부의 구형 장비를 제외하고는 CRT는 모두 퇴출되었고, 그 자리를 LCD와 OLED가 대신하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사라진 연예인 들만큼이나 브라운관 그 자체에 대한 기억이 아득하기만 하다.

어쨌든, HDTV 표준조차 이 CRT의 특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영상들의 상당수도 아직도 CRT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이제 UHD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새로운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기술로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과거 표준이 개발된 배경을 좀더 잘 이해한다면 미래의 표준 기획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HDTV의 해상도는 왜 1920×1080이 되었나?

지난 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SDTV의 경우 북미에서는 720×483/60i 시스템을, 그리고 서유럽에서는 720×576/50i 시스템을 사용했다. 유럽식이 공간해상도 (Spatial Resolution)는 더 높았지만, 미국식이 60i를 사용하여 시간해상도 (Temporal Resolution) 측면에서는 약간 더 유리했다. 어쨌거나 이 두 시스템 모두 Blanking 구간을 Frame Rate에 맞게 조절을 하였기 때문에 Total Bitrate는 270Mbps로 동일했다. 이번 호에서는 1920×1080이라는 해상도가 어떻게 HDTV의 새로운 해상도가 되었는 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HDTV에서 UHDTV로 업그레이드될 때에는 1920×1080의 해상도에서 가로와 세로 모두 2배씩 확장해서 3840×2160의 UHD-1 해상도가 된 것은 모두들 아실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를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2배씩 확장해서 7680×4320의 UHD-2 해상도가 된 것도 아실 것이다. 하지만 SDTV에서 HDTV로 바뀔 때에는 조금 다른 과정을 거쳤다.


※ 해상도와 화면비율 – SD vs HD


일단 SDTV에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720×483/60i와 720×576/50i의 두 가지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었고 두 시스템 간에 장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해상도의 확장은 먼저 수평해상도 (720 픽셀)을 2배로 늘려 1440으로 만들었고, 수직해상도는 이 1440의 수평해상도에 3/4를 곱하여 1080이 되었다. 즉, 수평해상도를 2배로 늘린 후 4:3의 화면비율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1440×1080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해상도는 높아졌지만 화면비율이 SDTV와 마찬가지로 4:3이었다. 물론 SD 시절에도 해상도 해상도는 720×483이나 720×576을 유지한 채로 화면비율만 16:9로 늘려 사용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렇게 HD로 해상도를 높인 후에도 초기에는 1440×1080의 해상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화면을 16:9로 늘려 사용하기도 했는데 HDV라는 명칭으로 불렸고 이를 지원하는 캠코더 등 제품도 등장했다. 온전한 1920×1080 해상도에 비해서는 정밀도가 떨어졌지만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있었지만, 오리지날 HD에 대한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표준화에 이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이후 1440×1080의 4:3 화면비율을 16:9의 화면비율로 제대로 업그레이드하여 HDTV의 표준이 된다. 이 때에는 이미 정해진 수직해상도 1080은 그대로 두고 여기에 16/9를 곱하여 1920의 수평해상도를 계산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HDTV 시스템의 표준 (ITU-R BT. 709)의 해상도 1920×1080은 UHDTV에 비해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는데, 컬러 측면에서도 SDTV의 표준 (ITU-R BT.601)이 만들어질 때 미흡했던 부분들이 보완되는데 이는 나중에 별개의 기사를 통해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


왜 계속 더 높은 해상도를 추구하나?

인간의 눈은 수평으로 약 120도, 그리고 수직으로 약 135도 정도의 시야각을 가진다고 한다. 수평의 경우 눈이 2개이므로 실제 시야각은 더 넓지만 두 눈이 중복으로 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총 수평 시야각은 약 120도 정도라고 한다.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인간의 눈이 가진 해상력의 한계는 최대 60cpd 정도라고 한다. 여기서 cpd는 cycles per degree의 약자로 1도의 시야 안에 몇 개의 실선이 들어가는 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일정한 크기의 백색 종이에 흑색 선을 그었을 때 8개 정도의 실선을 그었을 때 제일 잘 구분해 내고, 흑색 선의 개수가 약 60개까지 증가하더라도 겨우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60개를 넘어가면 이젠 더 이상 백색 바탕에 검은 선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회색으로 보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 이미지 출처: Webvision


이러한 실험 결과를 활용하면 TV 스크린의 크기와 해상도, 그리고 시청거리와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TV 화면의 크기와 해상도가 정해져 있다면 (최적의 화질을 위한) 적절한 시청거리는 60cpd가 넘는 거리가 된다. 즉, 화면의 주사선 (scan line) 혹은 화소 (pixel)이 보이지 않는 거리까지 뒤로 물러 서서 봤을 때가 최적의 화질을 볼 수 있는 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최적의 시청거리 (scan line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봤을 때 화면이 얼마나 시야를 많이 채워주는 지의 여부가 시청자들이 느끼는 사실감과 현장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렇게 사실감과 현장감이 높아지면 해당 영상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얻는 정보의 70~80% 정도가 눈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화면이 (혹은 영상이) 우리의 눈을 가득 채운다면 우리는 완전히 영상 속의 세계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이에 따라 몰입감과 현장감, 사실감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꾸 더 큰 화면과 더 높은 해상도를 추구하여 SDTV에서 HDTV로, 그리고 다시 UHDTV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차원에서 봤을 때 과거의 SDTV는 (scan line이 보이지 않는 정도의 거리에서 봤을 때) 수평으로는 고작 11도 정도의 화각이 나온다. HDTV로 해상도를 약 4배 높일 경우 약 30도 정도, 그리고 UHD-1 (3840×2160)은 약 55도 정도, 마지막으로 UHD-2 (7680×4320)이 약 100도 정도의 화각이 나오기 때문에 인간의 시야를 거의 가득 채워 준다. 현장감과 사실감을 충분히 높여 주는 해상도라 하겠다.



물론 이렇게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 반드시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이는데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이 느끼는 해상력이라는 것은 화면의 크기와 시청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청거리 (화소 (pixel) 혹은 스캔라인 (Scan Line)이 보이지 정도의 거리)보다 가깝거나 먼 경우, 혹은 화면이 충분히 크지 않은 경우라면 기대한 효과, 즉 높은 해상도를 통한 더욱 강화된 현장감이나 사실감을 얻기 어렵게 된다.


아래의 그래프는 동일한 영상을 2K, 4K, 8K의 해상도로 제작한 후 시청거리를 바꿔가면서 사실감과 현장감을 조사한 실험결과를 보여 주고 있는데, 8K 해상도를 가진 85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였다. 시청거리가 화면높이의 3배 이상으로 멀어지자 2K, 4K, 8K 간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 주고 있다. 85인치 TV의 화면 높이는 약 42인치 정도이므로 대략 1m 정도라고 할 수 있으니, 화면 높이의 3배는 대략 3m 정도이다. 결국 85인치 대형 TV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대략 4.5m 정도 떨어져서 보면 2K, 4K, 8K 해상도 구분이 어렵다는 결과인 것이다.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30~40평 아파트의 경우 TV 시청거리가 3.5 ~ 4.5m 정도이고, 보통 42 ~ 65인치 TV로 시청하고 있으니 이 정도라면 SD와 HD, UHD의 해상도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초고해상도 프로젝터로 대형 스크린에 투사한 영화를 즐기는 경우, 혹은 화면은 작지만 눈 앞에 바짝 붙여서 보는 초고해상도 영상 (VR 세트와 같은)이라면 해상도가 주는 효과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TV를 시청하는 일반적인 가정의 경우 거실의 한 쪽 벽 끝에 TV가 있고, 그 반대편 벽에 소파를 배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화면의 크기와 해상도를 고려한 적절한 시청거리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단순히 방송영상의 해상도만 높인다고 해서 모든 시청자들이 즉각적인 화질향상을 느끼기는 어렵다.


※ 이미지 출처: LG전자


실제로 영국의 BBC에서 수행한 2015년도 조사에 의하면 설문에 응답한 1만여 명의 시청자들 중에서 UHD 방송으로 인해 화질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시청자는 약 1.5%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그런데 사실 UHD-TV 시스템 (ITU-R BT.2020)는 (그 UHD=Ultra High Definition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단순히 해상도만 올린 것이 아니라 색역 (Color Gamut)도 대폭 늘렸고, Frame Rate도 최대 120Hz (120fps)로 높여 더욱 선명하고 깨끗한 영상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ITU-R BT.2100의 HDR 표준이 나오면서 이제는 Dynamic Range도 더욱 높일 수 있게 되어 모든 측면에서 대폭 개선된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UHD를 단순히 해상도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전반적인 화질의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다음 시간에는 ITU-R BT.2020 UHD-TV 표준과 ITU-R BT.2100 HDR 표준에 의해 강화될 컬러, 프레임율, 그리고 다이나믹 레인지가 화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 참고: 2022년 DVNEST 뉴스레터에 기고했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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