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UHD와 HDR 현황

2024 파리 올림픽에서의 UHD와 HDR 현황


2024년 8월 20일

모니터포유㈜ 신수근

비디오아트 2024년 9월호에 투고한 기사입니다. 


스포츠에서 4K 대신 Enhanced HD?

지난 4월 29일 게재된 flatpanelshdcom의 기사에 따르면 주요 국제 경기에서 4K 생중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온전한 UHD 방송보다는 HDR를 포함한 Enhanced HD가 오히려 선호되고 있다고 한다. IBC의 리포트를 인용한 이 기사는 UEFA의 EURO 2024 축구경기가 4K (2160p) 해상도가 아닌 1080p로 방송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UEFA의 챔피온스 리그는 2015년 이래 UHD로 방송되어 왔고, EURO의 경우 2016년부터 UHD로 방영되어 온 것에 비하면 기술적인 퇴보로 비쳐질 수 있다.

Enhance HD는 기존의 HD (1080/60i 혹은 720/50p)에 비해 해상도 혹은 프레임 레이트(Frame Rate)가 향상된 1080/60p (혹은 1080/50p)에 HDR을 추가한 영상을 뜻한다. 간단히 줄여서 1080p HD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미 2012년에 UHD 표준이 발표되어 본격적인 UHD 시대를 예고하였지만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UHD의 보급은 더디기만 하다. UHD 방송을 위한 설비와 장비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비해 기대되는 수익은 적은데다, OTT 및 인터넷 매체의 시장 비중이 커지면서 기존 방송사들의 수익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0년대 중반으로 접어 들면서 유럽의 방송사들을 중심으로 Enhanced HD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선진국들의 경우 대부분 이미 2010년을 전후로 방송장비들이 1080/60p까지 커버할 수 있는 장비로 교체하였기 때문이다. 즉, 카메라에서 모니터까지 이미 대부분 3G-SDI 기반으로 방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므로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UHD로 바로 가지 말고) 여기에 HDR만 추가하여도 충분한 시각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HD에서 UHD로의 전환은 그 명칭과 달리 해상도뿐 아니라 색재현범위 (Color Gamut)와 프레임 레이트 (Frame Rate) 측면에서의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보통은 HD와 UHD의 명칭에서 주는 선입견 때문에 ‘해상도’를 중심으로 논의되곤 한다. 어쨌든 해상도는 TV와 같은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시청거리에 의해 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 효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에서 해상도 개선의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지난 2014년의 BBC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전체 영국 가정 중에서 높아진 UHD 해상도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는 가정은 최대로 잡아도 불과 3% 이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UHD 표준 (BT.2020)의 매우 넓은 색재현 범위를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아직까지도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UHD의 보급을 더디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것은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원가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어 앞으로도 최소 5~10년 이상 걸려야 해결 가능할 문제이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의 UHD/HDR은?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OBS는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을 완전히 4K HDR 및 5.1.4 몰입형 오디오로 제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1,000대 이상의 카메라와 3,800대의 마이크를 사용하며, 연인원 8,300명을 투입한다고 한다. 그리고 NBC 역시 상당히 많은 분량을 4K HDR 및 5.1.4 몰입형 오디오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했었다.


한편, 올림픽 방송 독점 중계권을 가진 NBC Universal은 이번 파리 올림픽이 컨텐츠 측면에서 역대 최대였으며, 지난 동경 올림픽에 비해 (미국에서의) 시청률도 82% 올라갔다고 발표했다. SVG의 7월 11일 기사에 따르면 NBC는 이번 파리 올림픽을 중계하기 위해 “NBC, Peacock, Telemundo 및 관련 케이블 네트워크를 통해 329개의 이벤트를 제공하기 위해 약 3,000명의 직원을 배치했으며, NBC의 올림픽 방송은 그 규모 면에서 도쿄 올림픽에 비해 기술적 변화가 4배로 증가할 정도였다”고 한다.


※ 이미지 출처: NBC


NBC에 따르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생산되고 소비된 컨텐츠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결코 놀란 만한 것은 아니다. 올림픽 중계뿐 아니라 스포츠나 행사들이 전통적인 TV 방송 (선형 TV)를 통해 방송되던 시절에 비해, 디지털로 전환되고 IP 기반의 플랫폼으로 옮겨 오면서 컨텐츠 계속 대폭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26일의 Imagen이 로이터를 인용해 작성한 블로그를 보자.


“올림픽은 특히 시청자 도달 범위 측면에서 수년에 걸쳐 엄청나게 진화했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최초의 올림픽은 1936년 베를린에서 열렸으며, 총 138시간의 시청 시간과 162,000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런던 1948이 시작될 무렵에는 시청자가 500,0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들 대부분은 런던에서 반경 50마일 이내에 거주했으며 64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현대 올림픽의 글로벌 도달 범위와는 거리가 멀다.  

올림픽 헌장은 IOC가 "올림픽 게임에 대한 다양한 미디어의 최대한의 보도와 전 세계에서 가능한 가장 광범위한 청중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송 텔레비전이 오랫동안 올림픽 보도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인터넷으로 스트리밍된 최초의 올림픽이 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8년 후인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디지털 방송이 처음으로 TV 방송을 앞지르게 되었다. 도쿄 2020 올림픽은 '최초의 스트리밍 경기'로 묘사되었으며, 디지털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올림픽이었다. IOC에 따르면 30억 명 이상이 선형 TV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경기를 시청했으며, 디지털 플랫폼에서만 280억 뷰를 기록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비해 139% 증가한 수치다.” 


OBS에 따르면 2020 동경 올림픽을 30억 명 이상이 시청했고, 디지털 비디오의 경우 총 280억 이상 조회되었다고 한다. 이전 올림픽에 비해 고유 시청자 수는 74% 증가하였고,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비디오 시청률은 139% 증가한 결과이다. (viaccess-orca.com 기사에서 인용) 올림픽 중계자 디지털화되면서 컨텐츠의 생산과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OBS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 NBC Universal이 약 400시간 이상의 상당히 많은 경기를 4K HDR/Atmos로 방영했다고 한다. 물론 전체 워크플로우를 4K로 가져간 것은 아니고 제작 자체는 1080/60p HDR로 해서 전송한 뒤, 이를 2160/60p로 변환(up-conversion)해서 미국내 플랫폼들로 배포했다고 한다.


어쨌든 NBC는 이번 파리 올림픽 경기에서 상당히 많은 분량의 방송을 4K HDR로 방송했는데, 아래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HDR의 방식이 HDR10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주최국이었던 프랑스 역시 이번 올림픽에서 상당히 많은 채널을 통해 4K HDR로 중계했는데 역시 상당수가 HDR 10이나 Dolby Vision이었다. 이에 비해 영국, 스페인, 독일, 이태리, 중국, 한국, 일본, 브라질 등은 HLG 방식을 방송을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국제방송연맹 (ITU)의 HDR 표준 (BT.2100)에는 PQ와 HLG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전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는 PQ를, 그리고 스포츠와 같은 프로그램의 실시간 생방송에는 HLG가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HDR10이나 Dolby Vision의 경우 그 핵심 엔진이 바로 PQ이다. 이제 막 올림픽이 끝난 시점이기 때문에 좀 시간이 지나야 정확하게 어떻게 HDR 올림픽 방송을 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리포트가 나올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가 어떤 식으로 (어떤 기술적 워크플로우를 통해) HDR10이나 Dolby Vision을 효과적으로 올림픽 방송에 활용했는지 궁금하다.


※ 이미지 출처: UHD/4K (Yoeri Geutskens의 LinkedIn에서 재인용)


한편, 일반적으로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가 있는 해에는 TV의 판매량도 증가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는데, 올해에는 이와 같은 수요 증가가 불확실하다고 한다. 프리미엄 TV에 채용되는 OLED 패널의 경우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에 최대 출하량을 기록하였고,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540만 장 정도에 줄어든 상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UHD와 HDR의 보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주요 스포츠 경기를 UHD가 아닌 HD 혹은 Enhanced HD로 방송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프리미엄 TV의 수요 증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이 미흡한 것이 UHD와 HDR의 보급을 더디게 하고, 이번에는 반대로 UHD/HDR의 지지부진함이 다시 디스플레이의 발전의 뒷다리를 잡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 이미지 출처: DSCC


대한민국의 UHD/HDR 방송은 어디에?

그리고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방송 현실이다. 물론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집착해서 좀 서두른 측면도 있었지만 어찌되었던 우리나라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을 선보였다. 이미 그 전에 UHD 방송을 위한 로드맵도 수립되어 진행되고는 있지만 좀 답답한 느낌을 준다. 지상파가 되었든 OTT가 되었던 UHD/HDR로의 전환이 너무나 더디고, 정부 차원의 관심도 없는 것 같다.


프랑스는 위의 표에서 보듯 이번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UHD/HDR을 완전히 정착시킨 것으로 보이며, 스페인도 2024년부터 전국적으로 4K 방송 시청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림픽 기간 중 브라질이 ATSC 3.0에 합류했다는 뉴스도 접했다. 미국보다도 먼저 ATSC 3.0을 채택했던 대한민국이었지만, 미국에서 지난 5년간 ATSC 3.0이 정착되고 있는 사이 한국은 어디쯤 가고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난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 이미지 출처: 4Ksumm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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